[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명주입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지난 16일 새벽, 북한 남성 한 명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이용해 동해를 건너 남쪽으로 귀순해 왔습니다.
군 당국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총체적인 경계 실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합참은 경계가 뚫릴 때마다 내놓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과 배수로 보완을 이번에도 대책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약속과 다짐에도 실책이 반복되면서 보다 총체적인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 16일 새벽 1시 5분.
한 북한 남성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부근의 해안가에 상륙했습니다.
이 남성은 해안 철책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 지대에 버렸습니다.
이후 해안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했고, 7번 국도를 따라 5km 정도를 제지 없이 걸어 내려왔습니다.
군은 새벽 4시 16분, 민통선 검문소 CCTV를 통해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초동조치를 취했습니다.
북한 남성이 상륙한 지 3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리고 3시간이 더 지나서야 이 남성의 신병이 확보됐습니다.
[서욱/국방부 장관/국회 국방위 전체 회의/2월 23일 : "상황이 조금 위중하다고 판단됐으면 아마 금방 보고했을 텐데, 그 상황을 아마 출퇴근하는 간부 정도로 생각을 해서 자기들끼리 조치하고자 했던 거로 보입니다."]
군 당국은 북한 남성이 귀순 의사가 있는 민간인이고, 관계 기관에서 합동 정보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남성의 구체적인 월남 과정과 동기 등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1. 한겨울 6시간 바다 수영 가능?
합참은 북한 남성이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헤엄쳐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수온이 낮은 바다에서 어떻게 6시간을 헤엄쳐 월남할 수 있을까?
합참은 당시 해류가 북에서 남쪽으로 흘렀고, 귀순자가 잠수복 안에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상태여서 체온 유지와 부력 생성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강대식/국민의힘 의원/국회 국방위 전체 회의/2월 23일 : "혹시 수영이 아닌 예를 들면, 부유물이라든지 목선이라든지 이런 추진체라든지, 다른 육상 경로라든지 이런 건 혹시 생각해보신 적 없습니까?"]
[서욱/국방부 장관 : "증거물이라든가 이런 것 등등을 종합해 볼 때 그런 부분이 아니고 (귀순자의) 진술 내용이 타당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합참은 북한 남성이 부업으로 어업에 종사해 바다에 익숙하다면서도 구체적인 신상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2. 왜 귀순 의사 안 밝혔나?
북한 남성은 민통선 검문소 인근에서 발견됐습니다.
군 수색대가 발견할 당시 이 남성은 눈을 감은 채 패딩을 입고 누워 있었고, 다리는 낙엽으로 덮은 상태였습니다.
일각에선 이 남성이 검문소를 보고 그냥 지나친 점 때문에 귀순 의사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국회 국방위 전체 회의/2월 23일 : "(북한 남성이) 심지어 군 초소가 있으면 초소를 피해서 숲으로 도망가고 막 이랬어요. 이런 이상한 행적의 원인파악이 되셨나요?"]
[서욱/국방부 장관 : "현재까지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군에 초소에 들어가서 귀순을 하면 나를 북으로 다시 돌려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군 초소가 아닌) 민가로 가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우리 군이 귀순자를 사살한다고 교육해 이 남성이 사살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오리발 귀순으로 내려왔다는 해당 남성을 합동 심문조에서 좀 더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살기 위해서 민간인이 내려온 것인지, 아니면 훈련받은 분이 한국군의 경계 태세를 시험하기 위해서 여러 행보를 통해 남측으로 내려왔는지는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남성은 월남 과정에서 우리 군의 감시 카메라에 10차례나 포착됐지만, 군은 이 가운데 8번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지난해 이른바 철책 귀순과 2012년 노크 귀순사건 때에도 경계에 실패해 비난을 샀습니다.
북한 남성이 고성 해안가에 상륙한 직후 철책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는 모습은 군 감시 장비에 5번이나 찍혔습니다.
특히 3번째와 4번째는 상황실 경보음까지 울렸습니다.
당시 상황실 모니터에는 사람 형태의 검은 실루엣이 떴지만, 근무자들은 바닷가 바람에 의한 오경보로 판단했습니다.
이후 울타리 경계용 CCTV와 민통선 초소 CCTV에 모두 5차례 포착된 뒤에야 군의 대응이 이뤄졌습니다.
[박정환/합참 작전본부장/2월 17일 : "미상 인원이 해안으로 상륙한 이후에 감시 장비에 몇 차례 포착되었지만, 해당 부대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부대는 북한 남성이 넘어온 배수로가 원래 있었는지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도 3개나 더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탈북민이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배수로 전수 조사가 이뤄졌지만 관리 부실이 확인된 겁니다.
군은 경계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김준락/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2월 23일 : "확인된 문제점을 포함하여 과학화 경계 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와 수문을 전수 조사하여 보완토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기계체조 선수 출신의 북한 남성이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왔을 때도 군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2019년 6월 북한 목선 한 척이 아무런 제지 없이 삼척항에 입항했을 당시에도 군은 경계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정경두/당시 국방부 장관/2019년 7월 : "경계 작전 실패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과오입니다. 우리 군은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계 작전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보완하겠습니다."]
하지만 기강을 바로 세우고 경계를 강화하겠다는 군의 다짐은 그때뿐이었습니다.
군은 이번에 AI 감시 장비를 도입해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보강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AI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어서 근무 기강을 확립해 재발을 막는 일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설마 북한군이 내려오겠냐, 라는 안이한 현실 인식과 함께, 또 평소의 과학 장비가 오작동이 많기 때문에 바람이나 또 다른 일반적인 기상 상황 이상으로 해서 작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겠느냐, 그런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경계 매뉴얼을 준수해야 한다는 교육을 좀 철저하게 강화를 해야 합니다."]
북한 민간인들이 남북 접경 지역을 통해 월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국내 입국 탈북민 수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은 모두 229명.
전년 대비 5분의 1 수준이었는데요.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북한 당국의 북중 국경 봉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모두 3만3천여 명.
1990년대 고난의 행군 기간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도 천명 선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입국 탈북민은 여성 157명, 남성 7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여상기/당시 통일부 대변인/2020년 7월 : "코로나 발생 이후 관련국들의 국경 폐쇄가 있었고, 이로 인한 인원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입국 탈북민 숫자가 급감한 것으로 이렇게 보입니다."]
실제로 북중 국경을 넘어 중국을 경유한 뒤 태국이나 베트남 등 제3국에 체류하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게 통상적인 탈북 경로입니다.
지난해에는 북중 국경이 통제된 데다 각국의 이동 제한으로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주일/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 :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일단 중국에 있는 북한 근로자들, 이 사람들도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북한에 있는 사람들도 탈북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탈북 브로커들에게 집 소식을 보내거나 하물며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 것조차도 굉장히 선을 찾기가 어렵다는 소식들은 들려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탈북자 구출 비용도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북한 인권단체 링크는 "탈북자 한 명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데 통상 3천 달러가량의 비용이 들었는데, 이 비용이 많이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주일/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 : "초창기엔 3백만 원 될 수도 있고, 5백만 원 될 수도 있고 적게 됐는데, 그 후부터 탈북 브로커들이, 중국 현지 브로커들이 자꾸 가격을 높이 부른다거나 어려움을 호소하기 때문에 안전을 담보로 비용을 자꾸 높이기 때문에 비용 문제가 커지거든요."]
북중 국경을 통한 탈북은 감소했지만, 남북 접경 지역이나 해안을 통한 월남이 잇따르면서 군의 경계태세 확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