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광 김정은, 올해는 체육경기장 한번도 못 간 이유
입력 : 2015.03.20 10:47 | 수정 : 2015.03.20 13:49
예년과 달리 체육경기·공연 관람 없어…리설주 모습도 공개안돼
전문가들 "美, 대북 공세 수위 올라가며 김정은 긴장했기 때문"
올해 들어 북한 김정은 노동당제1비서가 체육경기나 공연 관람을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 역시 올해 들어 활동 모습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츠맨으로 알려진 김정은은 예술단 배우 출신의 부인 리설주와 함께 매년 연 초마다 경기관람 및 공연관람을 해왔다. 김정은은 집권 첫해인 2012년 3월 기준으로 체육경기 및 공연관람을 8회, 2014년 같은 시기에는 4회의 체육경기 및 공연관람을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2015년 3월 현재 김정은은 군부시찰(10회), 경제시찰(12회) 등 모두 30여 회의 현지시찰을 했으나 체육경기 및 공연관람은 포함되지 않았다.

2014년 1월 9일 북한 김정은이 방북한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미국 NBA 출신 선수들의 농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북한 노동신문 보도 사진이다.
흥미롭게도 이 기간동안 부인 리설주의 모습 공개도 없었다. 리설주는 2013년과 2014년 같은 시기(1월1일~3월15일) 각각 4회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동행했었다.
연초마다 체육경기 및 공연관람을 해오던 김정은이 왜 올해는 그렇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그만큼 김정은의 마음이 조급하고 여유가 없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지난해 소니해킹 사건 이후 미국의 대북공세 수위가 강화되자 김정은도 긴장할 것”이라며 “북한의 대외환경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공연관람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의기양양해 하던 김정은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고위층 인사들의 잇단 북한 붕괴 발언이후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이 거세지는 데다, 탈북 단체가 김정은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DVD를 살포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김정은이 리설주와 함께 공연이나 경기를 즐길 마음의 여유를 잃은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1월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곧 무너질 것이다.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 국가를 똑같이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북한 붕괴란 측면에서 보면 군사적 수단이 아니고 인터넷과 같은 수단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작년 12월9일 북한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모범군인 가족들의 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 보도를 캡처한 사진이다.
존 케리 미국무장관도 올해 3월 유엔에서 “북한에서 수만 명이 사실상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마구 처형되고 있다”며 “북한 정부는 수십 년간 국민을 굶기거나 고문하고 투옥하는 등의 방법으로 예속시키고 처형해 왔다”고 북한 정권을 공개 비판 했었다.
대북 온건파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부차관보 역시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북한은 사실 표류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이 걸릴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북한은 언젠가는 붕괴한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층의 이 같은 북한붕괴 발언에 북한이 말로는 “미국에 핵 선제타격을 가하겠다”며 허세를 부리지만 결국 속으론 현 상황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같은 시기 벌어지는 한미연합군사훈련도 북한이 긴장해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의 경우, 과거 한미군사 연습시기 때 미(美) 공군의 스텔스기(F-22 랩터)에 대한 공포로 지하벙커에 숨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은 뇌졸중으로 인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던 2008년에는 80일 이상, 이라크 전쟁을 전후한 2003년 2~4월에는 49일간 은둔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