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北核 돈줄 차단 관건은 중국 참여다
게재 일자 : 2016년 09월 30일(金)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공산주의자 마르크스는 ‘돈은 중요하지 않다(Money does not matter.)’고 설파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과 상품 유통으로 돈이 필요 없어지는 유토피아가 사회주의자들의 이상이었다. 하지만 1926년 소련 경제학자 코발렙스키는 돈은 공산주의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탄했다. 핵과 미사일을 양산하려는 북한 김정은도 여기에 해당한다. 세금을 대량파괴무기(WMD) 제조에 사용하는 김정은에게도 돈은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미국이 국제금융망(SWFIT)에서 북한 퇴출 작업에 나섰다. 향후 어떤 행동을 봐서 결정하는 삼진아웃이 아니라, 당장 경기장에서 퇴장하라는 명령이다. 워싱턴의 의도는 세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북한이 불법행위를 위해 악용해온 국제 금융 체계를 이용해 역설적으로 평양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전략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부품 소재의 절반은 수입에 의존한다. 구매는 현금과 제3자를 활용한 물자 교환 등으로 결제됐다.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및 일부 중동국가의 제품이 핵과 미사일의 소재로 수입됐다. 때로는 일본과 유럽산도 원산지를 속여 북한으로 위장 반입됐다. 물자는 육상은 단둥철교, 항공은 고려항공, 해상은 위장 선박으로 남포항에 들어간다. 원천 봉쇄를 위해서는 자금 흐름을 막아서 해당 수출국들이 나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 평양의 각종 거래 대금이 국제은행 계좌를 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제2의 훙샹(鴻祥)그룹 사태를 막는 연계전략이다.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라는 표현대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에서 교묘하게 물자를 불법 수송하는 기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중국 기업을 제3국 기관·개인까지 제재하는 사실상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했다. 이를 전 지구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의미다. 전주(錢主)와 물주(物主)를 동시에 잡는 1석2조 전술이기도 하다. 평양과 거래 기업 양자를 압박하는 고사전략이다.
마지막으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3.0버전이다. 북한이 금융자산 2500만 달러를 동결당했다가 항복한 추억을 활용하는 기법이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당시 북한 인사들이 미국 측 인사를 만나면 돈 언제 돌려줄 거냐는 앵무새 질문을 했다고 회고했다. 국제금융망에서 북한과 거래 기업을 동시에 퇴출시키는 조치는 분명히 성과가 클 것이다. 1차적으로 연간 62억 달러에 이르는 북한 무역 대금 거래가 국제금융망에서 퇴출된다. 2차적으로 러시아 벌목공 및 중국·중동·동유럽 파견 노동자 임금, 해외 북한식당 수익, 무기 및 마약 거래 등 최소 10억 달러에 이르는 현금이 이민백으로 수송될 수밖에 없다. 모든 불법 거래가 노출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돈줄을 죄기 위한 다각적인 조치의 관건은 역시 중국계 은행들의 능동적인 참여 여부다. 의심되는 은행들은 차명 및 가명 거래를 일삼는 위장 기업들의 자료를 들이대기 전에는 발뺌에 주력할 것이다. 특정 은행에 대한 강력한 시범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관련 거래에 대한 인적 정보(Humint)를 치밀하게 확보해야 한다. 물적 증거가 없다면 위장거래를 전면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 무력공격 이전에 비핵화를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BDA 사태에서 북한이 동결 조치가 아프다며 표현한 ‘피와 같은’ 전(錢)의 전쟁이 본격화했다. 돈줄을 바짝 죄어 평양이 칼을 내려놓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