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와신상담 각오로 ‘中 리스크’ 줄여야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0일(金)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거북한 섶에 누워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시간이 왔다. 중국 춘추시대 고사(故事)에서 유래한 말이나, 작금의 대한민국이 대중(對中) 경제 관계에서 실천해야 하는 성어다. 한·중 경제 관계는 고통을 인내하고 절치부심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드(THAAD) 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롯데를 대상으로 한 소비재 유통 및 관광, 한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분야별로 합법으로 위장한 비관세 장벽을 쌓고 있다. 사드 배치가 마무리되는 4월 말을 최고조로, 적어도 6개월은 압박이 계속될 것 같다.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제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국산 부품이 중간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밀어붙이는 데 부작용이 크겠지만 안심할 수 없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5주년이 되는 올해까지 한·중 경제 관계는 그야말로 팽창 일변도였다. 한국 경제는 열매를 따는 데 주력하는 동안 중국 경제에 종속 및 의존하는 구조가 심해졌다. 비정상적인 비율로 확대된 경제 관계는 굳이 사드가 아니어도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휴관을 결정한 서울 ‘난타’ 공연장,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넘는 유커가 빠지자 관광산업이 마비되는 제주도 등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이미 도를 넘었다. 기침만 해도 폐렴에 걸리는 상황이다.
국제정치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상대국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감정적인 분풀이에 불과하다. 이제 잠시 즐거웠던 시절은 잊고 새로운 관계를 준비해야 한다. 자의는 아니지만, 타의에 의해 환골탈태할 좋은 기회다. 고통스럽지만 역설적으로 대중 경제 관계 전반을 검토해야 한다. 25년간의 중국 경제 올인(all-in) 정책의 문제점을 차분히 짚어보고 취약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향후 사태 재발은 필연이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25년간을 돌아보면 양국은 윈윈(win-win) 경제 관계였다. 한국 기업들은 저임금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을 제3국 수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했다.
중국인 관광객 역시 국내 내수시장의 큰손 역할도 했다. 단순 우호협력을 넘어 전면적 협력동반자,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꾸준히 격상돼 왔다. 한국에 중국은 최대 교역국,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네 번째 교역국이 됐다. 하지만 한국은 비 오는 날에 대비해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다. 항상 밝은 날만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저성장 기조에 처한 한국 경제 입장에서 우산을 준비할 여유도 능력도 부족했다. 중·일 간의 섬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 당시 중국의 대일 무역 제재가 발동될 때도 우리는 남의 일로 간주했다. 영원히 차이나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국가 간의 경제 관계는 궁극적으로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김정은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정세를 신냉전 구도로 변모시켰다. 중국은 북한을 감싸기 시작했다. 한반도에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중화 패권주의 행태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으려면 나름의 대안이 시급하다. 중국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시장을 모색하면서 경제력을 쌓아가는 길밖에 없다. 대중 경제의존도를 점차 낮춰서 경제적 볼모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노르웨이, 일본, 대만 등 각국의 대중 경제 보복 대응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외교 행패 수준의 차이나 리스크에 내공을 키우며 대체시장을 모색하면 작금의 사태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