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트럼프가 6월 정상회담 열 수 있게 준비 중"
입력 : 2017.05.09 03:02
[외교 당국자 "새 대통령 의지만 있으면 가능"韓·美, 조기 회담 위한 예비협의 마쳐]
트럼프 만나 직통채널 만드는 게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판단
美도 빨리 만날 필요성에 공감
일부 "2001년 DJ가 서둘러 방미… 외교 참사 수준의 입장差만 확인
서두르는 게 능사 아니다" 지적
한·미 외교 당국은 우리 대선이 끝나는 대로 조속히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정하기 위해 실무 차원의 예비 협의를 한 것으로 8일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모든 대선 후보가 한·미 정상회담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사전에 준비할 부분은 하고 있다"며 "미국도 당선인이 확정되는 대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먼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주선하고 이어서 정상회담 일정을 맞춰볼 계획"이라며 "우리 외교 라인이 갖춰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새 대통령이 의지만 있다면 6월 개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미동맹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해 빠른 시간에 워싱턴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며 "그런 기초 위에서 대(對)중, 대일, 대러 관계를 확립할 수 있다"고 했다.
◇7월 G20 이전 성사가 관건
외교당국이 한·미 정상회담을 서두르는 데는 중단됐던 정상외교의 복원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미국 외교에서 국무부 중심 정통 관료 라인의 영향력은 감소했고,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관료 라인과 정교한 협의 없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비용 분담 등을 거론한 게 대표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직통 채널을 개설하고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우선 미국과의 관계가 정립돼야 중국, 일본과의 꼬인 관계도 풀 수 있다"고 했다.
한·미 간에 별도 일정을 잡지 않는다면 차기 대통령은 오는 7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나게 된다. 다자무대에서의 정상회담 시간은 통상 20~30분 정도이기 때문에, 첫 만남을 G20에서 하게 된다면 상견례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미 정상이 다자무대에서 처음 만난 경우는 없다.
새 외교장관 인선 등 외교채널의 라인업에만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을 맞추고 준비할 시간은 빠듯하다. 한·미 정상회담 장소와 형식도 이슈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개인 소유 리조트인 마라라고에 초대해서 환대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백악관에서 만났고, 악수도 제대로 하지 않아 구설에 올랐다.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
한·미 정상회담을 서두르기만 해서는 안 되며 치밀한 준비도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첫 정상회담에서 틀어지면 임기 내내 한·미 관계가 삐걱댈 가능성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막 취임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서둘러 방미했다가 외교 참사 수준의 입장차만 확인한 경우도 있지 않으냐"고 했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일본과 중국의 논리를 입력해 놓은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북핵 해법, 방위비 분담과 전작권 전환, 한·미 FTA 등의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논리를 정교하게 만들어서 내실 있는 논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도 "준비를 잘해서 미국에 가야 하고 특히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로드맵을 만들어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욱 통일준비위 부위원장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다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미·중 간에 합의한 내용을 갖고 압박을 가해올 수도 있다"며 "우선 우리 입장을 정리하고 주변 상황을 보면서 미국에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