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3차 남북 정상회담…"김정은 입에서 핵신고 나와야 성공" * 입력 2018.09.15 13:00 남북은 14일 정상회담 실무회담을 갖고, 3차 남북 정상회담(18~20일)의 의제와 일정 등을 조율했다. 정부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국면을 타개해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회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됐다. 지난 4월 첫 남북 정상회담 때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5개월 동안 이 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남북 경협이라는 청사진을 앞세워 재벌 총수들까지 평양에 동행할 예정이지만 핵 문제 해결 없는 경협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했던 북한 비핵화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얼마나 구체적으로 합의문에 담기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4월 정상회담 모습./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입에서 ‘핵 신고’ 나와야 성공"…‘영변 동결 쇼’ 벌일 수도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에서 명시적으로 핵 시설을 신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며 "‘비핵화 의지’만을 남북 합의문에 담거나 얘기하는 것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핵 시설의 신고·사찰·검증이라는 단어가 합의문에 명시돼야 한다"며 "다만 북한의 그동안 태도로 보건대, 이런 말이 합의문에 실리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의외의 수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원로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이 미래핵 폐기 조치를 이미 취했고, 현재핵을 폐기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북한이 영변 원자로 정지 등 이른바 ‘핵동결’ 카드를 꺼내면, 이를 비핵화 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수십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한 만큼, 핵시설 가동 중단 역시 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북한은 지난 2007년 ‘영변 냉각탑 폭파쇼’를 벌였지만, 이후에도 핵무기 개발은 차질없이 진행됐다. 한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의 일회성 이벤트를 비핵화가 진전된 것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김정은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측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해 주는 방식도 신뢰성이 현격히 떨어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시험에 든 기업 총수들 이번 정상회담에는 기업 총수들이 대거 동행할 예정이지만, 국제적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업이 북한에 대한 경협을 약속하기는 어렵다. 섣불리 대북 투자를 언급했다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계에서는 이번에 동행하는 기업 총수들이 상당한 딜레마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총수들이 이번 방북 시 경협 의사를 밝힐 것인지에 대해 동향 파악에 나섰다"며 "평양을 방문하는 기업 총수들이 북한에 조금이라도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게 되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외교 관련 전문가는 "총수의 말 한 마디가 북한에 대한 투자로 오인돼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정상회담에 따라나선 기업인들 상당수가 방북 내내 좌불안석일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2000년 정상회담에서 손을 잡고 있는 모습./조선일보DB
◇합의문은 마지막 날 나올 듯 청와대는 실무회담 직후 방북 세부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합의문은 2박3일간의 방북 일정 마지막 날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 당시에는 둘째 날 밤 ‘남북공동선언’의 윤곽이 나왔지만, 2007년 10·4 회담 때는 마지막 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이 나왔다. 김정은은 일정 첫날인 18일 평양 순안 공항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영접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2000년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일이 마중나왔고, 두 정상이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며 ‘차중 회담’을 50분 가량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육 로로 방북했기 때문에 김정일의 공항 영접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수차례의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최소 1차례 오·만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번의 평양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 간 오·만찬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평양의 명소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체제 선전용 집단 체조인 아리랑을 관람한 전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