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 보고 있다" ...美, 제재완화 말하는 北에 경고 메시지
* 입력 2018.11.13 17:19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뉴욕타임스(NYT)가 북한의 비밀 탄도미사일 기지 16곳의 실체를 폭로한 것은 최근 ‘비핵화에 앞선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북한은 최근 자신들의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선(先) 제재 완화를 주장해왔지만,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13일 이 같은 미국의 ‘미사일 압박’을 평가절하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발표 내용에)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며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북한이 기만한 적이 없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가진 미국 조야(朝野)의 움직임에 맞서 사실상 ‘북한편’을 든 것이다. 김 대변인은 "CSIS에서 낸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에서 나왔는데 한미 정보 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 훨씬 더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특히 대표적 사례로 나온) 삭간몰에 있는 미사일 기지라고 하는 것은 단거리용으로 스커드와 노동,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과는 무관한 기지"이라고 했다. CSIS와 NYT가 지적한 북한의 비밀 미사일 기지 활동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또 비핵화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사진을 12일(현지시각) 분석, 공개했다. 사진은 올해 3월29일 찍은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청와대의 설명은 핵심을 벗어났다는 지적이 많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번에 대표 사례로 공개된 삭간몰의 경우 스커드·노동 등의 단거리 미사일 기지로 알려져 있지만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보관하는 갱도들이 상당히 많다"며 "북한은 ICBM을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하는데, 이런 이동식 발사대를 놓아둘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현 정부는 단거리 미사일 시설의 움직임을 평가절하하지만, 이 또한 무시하면 안 된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청와대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기지 프로그램 진행이 비핵화와 무관하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는데, 스커드 개량형 미사일 등에 얼마든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며 "이 미사일이 우리나라를 겨냥할 수 있는데 왜 이게 북한 비핵화와 무관하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북한을 옹호하는 것과 별개로 미국의 대북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 해제를 주장하자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개발 증거를 제시했다"며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동시에 북한에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자꾸 ‘미국탓’을 하니 미국이 ‘물증’을 들고 나왔다"라며 "앞으로 북한의 이런 허위를 뒤집는 물증을 계속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청와대는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 기지가 비핵화 추진 과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미국은 이번 공개를 통해 삭간몰과 같은 미사일 기지 폐쇄도 염두에 둔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라고 했다. 중간선거로 하원 다수당 지위를 얻은 민주당의 공세도 거세졌다.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도널 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의해 놀아나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이 핵 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분명한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 (북한과의 회담은) 안 된다"고 했다. 하원 외교위 소속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위협을 없애고 있다는 확언을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며 "북핵 위협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