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수공장 시찰은 또 다른 협박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김정은이 3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달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참관 이후 3주 만에 자강도의 군수공장을 집중 시찰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번 현지지도는 대상과 김정은의 발언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 김정은은 이번 현지지도에서 “일하는 태도가 틀려먹었다. 기분이 좋지 않다. 대단히 실망하게 된다”며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김정은은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간부들의 사상관점이라며 간부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노동당 근로단체부를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노동신문이 연일 ‘반당·반혁명분자와 배신자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 그의 강한 질책은 하노이 회담의 노딜 이후 체제 단속과 동시에 현장에 대한 해이해진 군기 잡기의 일환이다. 다음은, 그가 현지지도한 자강도 기계공장들이 대표적인 군수공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강계트랙터공장은 방사포탄과 미사일 탄두 등을 생산해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그가 방문한 7곳의 각종 기계공장들은 각종 탄약 및 무기류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 발사한 이스칸데르형 탄도미사일도 이 지역에서 기본 형태가 제조됐다. 그의 방문은 시설 점검과 동시에 별도의 특별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미국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재래식 무기를 통한 군사적 긴장 고조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장기간의 두문불출 이후 공개 활동을 재개할 때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인 도발이 종종 자행됐다.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의 노딜 이후 2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의 반응을 점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황 관리 차원에서 미사일 발사에 로 키로 대응했지만, 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북한 화물선의 나포를 공개하며 최초로 몰수를 위한 단계적인 법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선박 나포는 2005년 9월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해 2500만 달러의 인출을 중지시킨 사례를 연상케 한다.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김정은의 이례적인 자강도 군수공장 현지지도는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한 준비 점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향후 추가적인 군사도발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하노이 회담의 노딜 이후 3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를 연말까지로 제시한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는 전략 대신 미국의 근본적인 입장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전략으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카드를 지난달에 꺼내들었다. 또, 연말까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서는 역순으로 도발의 로드맵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는 시점을 포착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김정은이 비핵화보다는 군사도발 카드로 미국을 움직이려는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는 좌표를 상실하고 있다. 정부는 9·19 남북 군사합의의 철저한 이행만을 교조적으로 고집하며 대북 식량 지원을 공론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은 김정은이 자유 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최고지도자가 자강도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하며 무기 개발을 독려하는 현실은 외면하며 북의 선의만 강조하고 있다.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호국영령과 무명용사들이 잠든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면서 최근 들어 느슨해진 우리의 유비무환 자세를 가다듬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