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어게인’ 대신 결국 ‘미사일 어게인’…대선후보, 안보 최우선
■ 파워인터뷰 -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北, 지난달 7차례 미사일 도발 바이든 행정부 약점 파고든 것 中·러 밀착상황서 더 밀어붙여 하반기엔 ‘ICBM 카드’ 꺼낼 듯 核만 빼면 韓이 北에 앞선다? 안보에 가정법 쓰면 어떡하나 전단금지 - 9·19군사합의 최악 차기정부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가 지난 3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으로 들어서며 북한의 최근 도발 양상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에만 일곱 차례나 벌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적 약점을 봤고, 그 틈새를 파고들어 움직이기 시작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북한에 대해선 상황 관리만 할 것”이라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으로 점점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평화’보다는 ‘안보’에 방점을 찍은 외교·안보 정책을 주문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정책 중 종전선언과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9·19 남북 군사합의를‘최악의 3대 선물세트’로 규정하며 “차기 정부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 연구실에서 진행했고 이후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보완했다. ― 북한이 지난달 핵·ICBM 실험 모라토리엄(유예) 중단을 선언하더니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발사했다. 북한의 최근 행동을 어떻게 판단하나.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까지 김 위원장은 그나마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뒷배를 통해 불법 환적 등의 일을 벌이며 버텼다. 그런데 마냥 기다린다고 미래가 오지 않고, 경제 문제에서는 사면초가에 놓인 처지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국제정치적으로 나설 타이밍이 언제인지를 지켜봐 왔던 것인데 중국, 러시아 같은 형님 국가들이 움직이니까 자기도 움직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어떤 국가가 나를 쳐다보겠느냐’ 하는 식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지난달 일곱 번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 현재 미국이 관여하는 외교 전선이 생각보다 크게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를 상대로는 우크라이나 문제가 있고 중국과는 대만 문제가 있다. 그런데 외교·안보 전문가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허점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틈새가 있다고 보고 파고드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는 제재를 풀어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지도자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선 상황 관리만 할 것이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 문제를 가지고 인기를 회복해야 하고, 코로나19 방역도 해야 하는데 북한 이슈를 가지고 무슨 점수를 따겠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 행정부 기간에는 북한과 미국이 계속해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한국이 직면한 한 가지 도전이다.” ― 북한이 ICBM 발사 등으로 레드라인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나. “도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자기 뒤에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더 밀어붙일 것이다. ICBM 카드가 있는데 궤도 재진입 기술을 어느 타이밍에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북한에서는 자신들이 재진입에 두 번 성공했다고 하는데 과연 믿을 만한 이야기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지구 궤도 밖으로 나갔다 들어올 때 고도의 마찰이 발생하면서 소재가 녹는다. 이걸 막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ICBM 발사 성공이 어려운 것이다. 2017년 발사 이후 5년이 됐는데 과연 어느 정도로 소재 개발이 됐는지를 봐야 한다. 아마 상당한 수준으로 기술을 진척시켰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로 시험을 하기 전에는 장담할 수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것을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에 과시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안에 그 부분이 증명되지 않으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게 성공하지 못할 경우 몇 사람이 숙청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 군부에서 고민의 시간을 갖겠지만, 지도자 입장에서는 이걸 안 보여주는 이상 다른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올 하반기에는 ICBM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본다. 핵실험 카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농축 기술이 완성됐기 때문에 추가로 실험할 필요가 없더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할 것이다. 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시켜서 하와이나 로스앤젤레스(LA)에 떨어지는 걸 보여주려면 핵실험과 ICBM 발사 두 가지를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 극초음속미사일 같은 것들은 다목적용이어서 의미가 크지 않다. 워싱턴의 약점은 시간이 갈수록 노출된다고 보고, 김 위원장은 미국을 밀어붙일 때 아예 구석으로 몰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 지난해 10월 미국 다트머스대 대릴 프레스, 제니퍼 린드 교수 부부가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했다. 북한이 도발을 재개하면서 다음 달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핵무장론이 거론된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때까지는 나도 비핵화론자였는데 그 이후에 한국의 핵 개발과 관련한 담론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재래식 무기로는 핵에 대응이 안 된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하면서 공포의 균형이 이뤄졌는데 우리도 이 모델을 검토 안 할 수 없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자꾸만 ‘북한의 경제력이 우리의 54분의 1이다’ ‘핵만 빼면 우리가 북한에 앞선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만 전부 다 가정법 아닌가. 외교·안보 이야기를 하면서 가정법을 쓰면 어떻게 하나. 나는 일정 시점이 되면 핵무장 담론을 얘기하는 것이 지렛대가 된다는 입장이다. 베이징(北京), 평양, 워싱턴 모두를 상대로 하는 지렛대가 된다. 한국의 안보 우려에 대해 이해를 하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과 평양 사이의 거리는 뉴욕과 워싱턴의 거리보다 훨씬 더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 안보 우려만큼 걱정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압박할 때는 한국도 핵 개발 담론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건 ‘전쟁과 평화’ 담론과는 다른 차원이다. 핵 개발 담론을 다루면서 북한과 협상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 대북 협상에 수차례 나가봤지만 그 협상이 영어, 중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진행되는 데도 훨씬 어렵다는 것을 체감했다. 남북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협상 테이블에 앉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도보다리에서 만나 남북 비전을 담은 USB를 건넸다고 하는데 그런 방식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핵 개발 담론도 필요하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남한과 도보다리 비전을 도모하는 게 나을지, 핵을 가진 남한과 공존하는 게 나은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카드를 아예 접어 넣었다. 북한에서는 이념이 민족보다 우세한데, 문재인 정부는 자꾸 민족이 이념보다 우세하다고 착각을 한다.”

▲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가 지난 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종전선언 등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文정부 외교 5년, 무의미한 종전선언 카드로 국력만 소진” 종전선언 추진에 南北 엇박자 ‘나를 세 번 만나고도 모르나’ 김정은도 文에 언짢아 할 듯 中, 한반도내 2개의 한국 바라 통일땐 동북3성 영토분쟁 걱정 北의 제재위반 교묘하게 용인 남북 관계는 70년간 쌓인 문제 일거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안보능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 ― 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어떻게 평가하나.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문 정부에 대해 북한은 상당히 언짢은 상태일 것으로 본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기에 ‘문 대통령은 세 번이나 나를 만나고도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렇게 모르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 저렇게 맥락이 안 맞는 카드를 꺼내 든 건지 의아해했을 것이다. 종전선언 추진은 남북 간에 엇박자가 나도록 하는 요인이었다. 종전선언 추진으로 인한 외교력 낭비가 우리 국력의 소모로 이어졌다는 점도 비판하고 싶다. 지난해 말 프랑스 의회에서 종전선언 추진에 찬성해줬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는데 세상에 공짜 외교는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종전선언이라고 하는, 의미도 내용도 없는 카드를 가지고 우리나라 전체 외교·안보 라인이 외국을 다니면서 국력을 소진시켰다. 종전선언 외에도 한국 외교가 할 일이 참 많은데 안타까운 일이다. 청와대가 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마도 미국의 대북 제재를 형해화하는 전략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에 절대로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 지난 1년이 넘도록 미국이 새 주한미국대사를 서울에 보내지 않았을까. 종전선언 문제로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구태여 일찍 보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 콘택트 포인트를 늘리지 말자는 것이다. 미국이 워싱턴에서 열 마디 하면 한국은 그 중 한마디를 서울에 가지고 가서 각색하고 왜곡하는데, 그런 빌미를 주지 말자는 의미도 된다.” ― 그렇지만 남북 관계가 외면하기는 힘든 문제 아닌가. “대북정책은 한국의 모든 국정에서 비중이 10%를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동안은 남북이 별개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한쪽이 이득을 얻으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구조인데 누가 양보하겠나. 지금 국정 비중의 절반을 북한 문제에 두고 해외에만 나가면 대통령이 북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다 공짜가 아니다. 반대편에서 ‘한국이 희망하는 게 저거구나’ 하고 반드시 거래 제안이 들어온다. 나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5000달러 수준이 될 때까지는 북한 변수에 ‘올 인(All in)’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도 쉽게 하지 말아야 한다.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어떻게 그걸 하겠나. 김 위원장 같은 종신 지도자와 임기 5년짜리 지도자가 만나서 어떻게 쉽게 통일이 되겠나. 그럴 때마다 북한은 한국의 약점을 파고들고 우리는 저자세가 된다.” ― 대북제재는 효과가 있다고 보나. “제재는 생각보다 가혹하다.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망하고 돌아가면서 말한 게 있다. ‘적이 안 보이는 전쟁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10년 뒤에 다시 온다’ 이렇게 이야기했다. 미국은 10년 동안 베트남에 제재를 가했다. 지금은 베트남에 가면 쌀을 3모작 하지만 과거에는 집단농장 체계를 운영하면서 베트남에 쌀이 모자라던 때가 있었다. 미국이 가한 제재에다가 사회주의의 단점이 맞물린 결과였다. 베트남은 10년 만에 결국 손을 들었다.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란의 석유매장량이 엄청난데 테헤란에 가봤더니 주유소에 기름이 없더라. 제재라는 게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망의 구멍 역할을 하고 있는데. “중국은 북한과 1400㎞라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 문화혁명 시절에 중국 단둥(丹東) 사람들이 북한 신의주에 가서 밥을 얻어먹던 때도 있었기 때문에 서로 도와준다는 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소비재 품목에 관해서는 중국이 제재에 구멍을 내도 북한 인민들에게 결국 혜택이 돌아가게 되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헤아려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무기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 결국 ‘김정은 1호 금고’에 들어가는 돈은 차단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북한 내 경제 상황도 굉장히 심각해졌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접어드니까 타개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재미난 것이, 김 위원장이 2011년 북한의 정식 지도자로 나선 뒤 오매불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바랐다. 그런데 중국에서 계속 거부했다. 그 교착 상태를 풀어준 게 결국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게 나쁘지 않았을 것이고 덕분에 김 위원장의 활용가치가 높아지면서 시 주석과의 만남도 다섯 번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제재망에 자연스럽게 구멍이 난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도 이런 상황을 탐지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중국에 가까운 공해 상에서 선박을 나포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고 추가 제재가 시작되면 이를 감시하려는 선박들이 한반도 해역 쪽으로 더욱 근접하게 된다. 중국의 제재 위반 사례도 계속 발표될 것이다. 제재는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 일각에서 나오는 중국의 역할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상당히 회의적이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딱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한반도에는 두 개의 한국이 있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현상유지다. 중국은 현상을 깨는 어떤 행위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억지로 동의하지만 뒤에서는 남북이 ‘원 코리아’로 가는 걸 막기 위해서 제재 위반 행위를 교묘하게 용인해준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한국이 통일돼 영토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걱정한다. 동북 3성이 어지러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 해방군은 평양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군이 38도 선을 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통일된 한국을 완성하기가 쉽겠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 의향도 없고, 의지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미·중 갈등 시대에 북한의 효용가치가 높아졌던 경험을 음미할 뿐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여야 대선 후보들의 대북 정책 및 안보 공약은 어떻게 보나. “이 후보, 윤 후보 모두 지금은 평화가 아니고 안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 가지고 이야기가 많은데 이해는 하지만 괜히 논쟁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 한국형 3축 방어체계로 북한의 고도화된 미사일을 막을 수도 있는 것이고 3축으로 안 될 때는 사드를 추가로 배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오직 안보만이 기준이 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매우 잘못됐다고 본다. 우리가 왜 나서서 그렇게 개념화하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화두다. 우리의 안보는 한·미 동맹으로 지킨다는 것까지만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다. 우리의 해외 수출액은 중국이 1위지만 외국의 대한 투자액은 미국이 1위다. 그런 화두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외교 정책의 핵심을 간과하는 일이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한다. 그것은 어떤 나라의 간섭도 배제하는 것이다’까지만 이야기하면 된다. 평양에 대해서는 평화를 지나치게 강조했다. 그런데 북한이 비난했던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 문 대통령이 빈도수에서 단연 1등이다. 북한이 그만큼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남한의 비전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이명박 정부 당시에 러시아까지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철도·도로 연결 사업 시도를 해 봤다. 당시 우리 정부에서 북한에 토지사용료로 연 1억 달러 정도를 주겠다고 러시아를 통해 전했더니 거절당했다. ‘우리를 돈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또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이야기하면 이 정부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평가가 어떨지 왜 생각을 못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문 정부는 북한에 높은 기대를 심어줬지만 결국 실망만 하게 만들었다.” ― 대선을 앞두고 ‘북풍’ 우려가 제기되면서 여야 모두 실익을 따지느라 복잡할 것 같다. 새 정부 출범 이후의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도 있다. “진보 정부가 또 들어서면 남북관계는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려워진다. 이 후보에게는 최근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발사가 악재다. 문 정부는 ‘2018 평창 어게인’을 하려고 했는데 ‘미사일 어게인’이 돼 버렸다. 그러니 이 후보는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는 문 정부와 차별화로 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한이 어떻게 나올까. 북한 입장에서는 진보 정부나 보수 정부나 가릴 게 없다. 미국하고 문제를 풀지 않으면 다 미봉책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지난 2018년에는 김 위원장도 처음이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했던 것이다. 누구 한쪽이 먼저 손 내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연결자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뉴욕 채널이나 수많은 채널을 통해서 어떻게 미국과 소통해야 하는지 김 위원장도 충분히 학습했다. 구태여 서울에 중재자 요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후보나 윤 후보 모두 문 대통령과는 다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남북 관계는 분단 이후 70년이 넘게 쌓인 문제다. 그것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시도는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가 북한을 붕괴시킬 만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안보 능력을 확보하면서 좀 더 선진국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우선이다. 문 정부 들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잘못한 정책이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외부 세계의 정보를 유입시키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든 것과 종전선언, 9·19 군사합의다. 북한에는 3대 종합 선물세트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최악의 선물이다. 차기 정부는 이 부분만큼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대북 지렛대들을 왜 자꾸 버리는지 모르겠다.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데 어떻게 군사합의가 유효할 수 있겠나. 군사합의의 부작용이 한·미 동맹을 삼류 동맹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 훈련하지 않는 동맹은 결국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 태세를 갖출 수가 없다. 지금 합동참모본부에 있는 장교 중 한·미 연합훈련을 경험하지 않은 장교가 30%를 넘었다고 한다. 그들이 앞으로 장군도 되고 성장하는 것인데 걱정이다. 군대가 실전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애꿎은 국력만 소비하며 안보불안을 야기시켰다.” 인터뷰 =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