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금강산 관광 파행이 남긴 교훈 南成旭·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입력 : 2005.11.09 19:02 23' / 수정 : 2005.11.10 00:17 05' 오늘 개성에서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북한의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만난다. 지난 9월부터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어든 금강산 관광의 파행 사태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1차 관심사는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 등 김윤규 전 부회장의 퇴진 파동으로 야기된 현대와 북한 간 갈등의 봉합 여부다. 양측은 이미 상처를 입었다. 현대와 북한은 두 달 이상 각각 월 45억원과 1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국민들의 대북(對北) 사업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였다. 현대측은 “북측의 오해를 푸는 것이 급선무”라고 회담의 키포인트를 밝혔지만 과연 ‘오해’가 이번 파동의 핵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번 회담은 북측이 기업 내부의 인사 조치를 단순히 ‘오해’한 것인지, 또는 숨겨진 복안하에 움직였는지 파악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특정인과의 대북 사업을 고집하는 인간적 의리가 사업 중단 이유의 전부인지, 아니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현대 대신에 제3의 기업을 선정하고, 5억달러가 투입된 7대 사업의 독점권을 무효화하기 위한 의도된 수순인지 북측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이번 회담은 지난 1992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訪北)으로 시작된 현대그룹 대북 사업의 운명뿐만 아니라 남북 경협의 미래가 달려 있다. 지난 1989년 시작된 민간 경협은 ‘고난의 행군’ 그 자체였다. 그간 경협은 과도한 물류비, 너무 상이한 제도와 관행 및 불필요한 간접비 등의 난관을 뚫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번 현대 사태는 정주영에서 시작한 1단계 경협이 초기 시장 개척이라는 임무 수행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업 계약자가 지금 회사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업의 실체가 없다는 식의 북측 억지 주장은 임기응변식의 경협이 한계에 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남·북 교역액이 100만달러에서 시작하여 1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니 그간의 경협도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경협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 사태는 경협의 방향과 목표를 재검검할 필요를 던진다. 우선 민간 경협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도에 재정만으로는 대북 지원을 감당하지 못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4500억원을 빌려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한다. 북측은 남북경추위에서 신발·옷·비누 등 생활용품을 요청하였다. 정부가 경협을 사실상 독·과점함으로써 대북 사업에서 민간의 협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민간 기업이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도 곤란해졌고, 북측의 홀대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북측의 잘못된 비즈니스 관행을 바로잡는 데는 지원의 지렛대를 쥐고 있는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4대 경협 합의서만 체결했다고 정부의 임무가 끝나지는 않는다. 경협은 국책사업이고 북측의 상대는 당국이다. 남북경추위와 경협사무소는 대북 지원보다는 경협의 제도화에 주력할 때 존립 의의가 있다. 이제 경협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는 기업도 없고, 소떼를 몰고 고향 가는 식의 기업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개성공단에서 북측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여 국내에서 사업이 곤란한 제조업을 연명하고 싶은 마음뿐인지 모른다. 1단계 경협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어쩌면 이질(異質) 체제 간의 경협이 필연적으로 가져온 결과인지도 모른다. 1단계 경협에서 불가피했던 변칙 관행도 시대에 따라 청산돼야 한다. 기업들도 경제성이 결여된 경협은 존속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최근 북측이 중국에 제시하는 협력 관행과 비즈니스 모델은 남북경협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북한이 중국 자본을 유치하는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남한 기업에 적용한다면 경협은 달라질 것이다. 결국 북측의 근본적인 자세 변화만이 경협 활성화의 첩경이 될 것이다. 현대 사태는 경협이 나아가야할 2단계 방향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였다. 이번 회동은 그런 차원에서 향후 경협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