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성과 낼 시점이다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6자회담의 개최가 발표됐다. 마침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대표단의 서울 방문과 동시에 회담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번 북한이 뉴스의 화두로 등장했다. 지난 12월 개최가 유력했던 2차 회담은 북·미간의 신경전과 힘겨루기로 1차 회담 이후 6개월만에야 개최가 확정됐다. 더 이상 회담을 지연시키는 것은 북·미 양측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베이징(北京)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이번 2차 회담은 지난 1차 회담과 달리 논의의 초점이 좁아지고 해결 과제도 분명해졌다. 물론 핵 동결 범위에 대해 이견이 상당하기는 하지만 각국 대표들이 그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회담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2차 회담의 논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첫째,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이다. 북·미 불가침조약의 체결은 1차 회담에서 북한의 핵심 요구였다. 미국은 이번 회담 사전 조율 과정에서 비록 2~3개 문장에 불과하지만 ‘불가침 서면담보 문서’를 작성해서 각국이 서명하고 북한에 전달하는 대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보장안은 북핵 문제의 국제화라는 측면에서 북·미간의 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양측 모두가 만족하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특정 국가의 핵 포기시 각국이 다자보장을 해준 전례는 드물지 않기 때문에 문서가 작성될 가능성이 짙다. 다만, 문장의 표현과 문맥을 둘러싸고 북·미 양국의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고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될 수 있다. 둘째, 동시(Simultaneous)행동과 순차적인(Sequence) 진행을 둘러싼 시점의 문제다. 1차 회담에서 미국은 순차적인 행동을 주장했고, 북한은 동시행동에 의한 일괄 타결(Package Deal)을 고집했다. 북한은 최근 들어 안전이 담보된다면 순차적인 행동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안전 보장이 우선과제인 만큼 안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핵 폐기 의사를 우선 표명하고, 미국이 식량 지원 재개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경우 1차 회담에서 제시된 미국의 3단계 해법과 북한의 4단계 전략은 해결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조화된 조치(Coordinated Steps)라는 절충적 성격의 용어로 첨예한 시점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안전 보장 문제에서는 미국이 지난 1차 회담보다 탄력적인 입장을 보였고, 행동의 시점 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이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두 가지 논점이 해결돼 만족할 만한 합의문에 이르기 위해서는 북·미 양국의 다음과 같은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첫째, 미국의 구체적(Concrete)이고 세부적인(Detailed) 대안 제시와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다. 지난 1차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선핵포기를 강력하게 주문하면서 그것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북한의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 등 어떠한 논의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금은 미국이 보다 실용적이고 협상 가능한 안을 제시할 때다. 이러한 협상안은 협상장에서 북한의 구태의연한 협박 전술을 무력화시키는 데 유효할 것이다. 북한도 ‘조건없는 회담 참여’의 의의를 최대한 살려 핵동결 의지를 보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시간이 우리 편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회담 참여국들은 이번 회담이 어느 일방의 양보가 타방의 승리로 고려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되지 않고 참가국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 게임이 되기 위한 인내와 성의를 보여야 한다. 각국은 2차 회담이 앞으로 동북아 전체의 안보 구도를 확정지을 수 있는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국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각국이 자국의 입장을 고집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타결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측면에서 각국의 객관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2002년 10월 북핵 문제가 표출된지 벌써 16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제는 회담이 탐색전을 지나 성과를 거둬야 할 시점이다. 만약 2차 회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회담이 종료되고 언제 열릴지 모르는 3차 회담을 또다시 기대해야 한다면, 머잖아 북한은 자신들의 고농축 우라늄(HEU) 방식의 핵 개발을 기습 선언하는 등 초강수의 벼랑끝 전술을 사용하고, 미국은 11월 대선 이후 대북 무력 제재 강화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시나리오가 한반도에 들이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성욱 / 고려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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